은하계의 중심은 어디일가?

2020. 3. 26. 21:47space story

1805년, 허셜은 태양과 주위의 별을 관찰하여 태양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태양이 우주의 고정된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계가 은하계의 중심이거나 은하계 중심에 가까운 곳에 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하늘을 띠처럼 둘러싼 은하수의 너비는 거의 일정하다.

그래서 태양이 은하계의 중심이라는 가정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만일 태양이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있다면, 은하수의 어느 한 부분은 반대쪽에 비해 폭이 더 넓고 더 밝게 보여야 할 것이다.

또 은하계의 중심 방향에서 가장자리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야 한다.

반대로 은하계의 중심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은하계의 다른 끝을 향하게 되고, 따라서 더 많은 별이 보여야 한다.

이 설명은 꽤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태양이 은하계의 중심이라거나 또는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만일 태양이 정말로 은하계의 중심이거나 중심 가까이에 있다면, 은하수 내의 별들만 우리 둘레에 고르게 분포된 것처럼 보일 게 아니라 은하계에 속한 다른 모든 천체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그러나 다른 천체들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구상 성단은 그렇지 못하다.

구상 성단의 대부분은 하늘의 한쪽 방향에 집중돼 있는데, 특히 사수자리에 전체 구상 성단의 1/3이 몰려 있다.

왜 구상 성단은 고르게 분포하지 않을까?

작은 구름 조각처럼 생긴  '대마젤란 성운'과 '소마젤란 성운'은 둘 다 은하수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은하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져있다.

두 마젤란 성운은 지름이 각각 수십광년씩이나 되지만 지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 속의 별들이 모두 같은 거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마젤란 성운 안에는 변광성과 같은 종류의 케페이드형 변광성이 몇 개 들어있다.

물론 이것들은 우리가 볼 때는 모두 같은 거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페이드형 변광성은 그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별의 밝기는 일반적으로 그 별의 크기와 별까지의 거리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즉, 별의 밝기는 그 크기에 비례하고, 별까지의 거리에는 반비례한다.

그러므로 유난히 밝은 케페이드형 변광성은 크기가 다른 것보다 크거나 거리상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소마젤란 성운 속의 케페이드형 변광성은 우리가 볼 때 모두 같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거리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마젤란 성운 속의 변광성들 가운데 어떤 것이 다른 것들보다 더 밝다면, 그 별이 다른 별보다 덩치도 크고 광도도 높다는 얘기다.

리비트는 소마젤란 성운 속의 케페이드형 변광성은 밝은 것일수록 광도 변화의 주기도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광도와 주기 사이에 일정한 비례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어떤 케페이드형 변광성의 광도 변화 주기와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알아냈다고 해보자.

우리는 이 두가지 요소를 이용해 그 변광성의 광도 값을 구할 수 있고, 리비트가 알아낸 주기, 즉 광도 곡선도 유도해 낼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성운 속의 케페이드형 변광성을 관찰한다고 해보자.

변광성의 광도 변화 주기를 알면, 리비트의 곡선을 이용해 그 광도 값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광도 값을 가진 변광성이 그 정도 밝기로 보이려면 우리에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야 하는지를 계산해 낼 수 있다.

케페이드형 변광성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거리가 너무 멀어서 연주 시차를 잴 수 없는 별들의 거리를 측정하는 '하늘의 자'로 이용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가깝다는 케페이드형 변광성도 그 연주 시차를 잴 수 없을 만큼 아주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하늘의 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기준 거리를 측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1913년 적색 거성의 발견자 헤르츠 스프룽이 연주 시차를 잴 수 없는 몇및 케페이드형 변광성의 거리를 구했다.

이로써 케페이드형 변광성은 하늘의 자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14년 미국의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는 몇 개의 구상 성단에서 케페이드형 변광성을 찾아냈다.

섀플리는 하늘의 자인 케페이드형 변광성을 이용해 각 구상 성단까지의 거리를 구하고, 그것들이 보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그 모양을 기록했다.

그 결과, 구상 성단들의 3차원 지도가 만들어졌다.

완성된 지도는 사수자리 방향으로 수만 광년 떨어진 곳에 그 중심을 둔 공 모양을 보여주었다.

섀플리는 구상 성단들이 은하계의 중심을 공 모양으로 감싼 형태로 분포돼 있다고 확신했다.

또한 은하계 중심은 우리 지구로부터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보았다.

사실 섀플리는 그 거리를 실제보다 지나치게 먼 것으로 추측했으나, 오늘날에는 태양계가 은하계의 중심이나 중심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게 아니라 중심에서 3만 광년쯤 떨어진 곳에 있다고 확인되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사수자리 방향의 은하수가 반대쪽의 은하수보다 더 밝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눈에 은하계의 중심이나 그 너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은하수에 는 많은 암흑 성운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것들이 특히 사수자리 방향에서 많은 별들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은하계 내에서도 고작 태양계에 가까운 극히 일부분 뿐이다.

만일 은하계에서 우리에게 보이는 부분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태양계를 은하계의 중심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믿으려 해도, 우리가 은하계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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