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8. 19:33ㆍspace story
별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한 핼리는 별이 천구 면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즉 우리의 시선 방향과 수직으로 움직이는 고유 운동만을 관찰했다.
당시 이 발견은 천구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별들은 우리에게서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별들 중에는 우리에게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것도 있다.
이처럼 별이 우리에게 접근하거나 후퇴하는 운동을 '시선 운동'이라고 한다.
별의 시선 운동은 어떻게 알아낼까?
만일 어떤 별이 정확히 우리의 시선 방향을 따라서 접근하거나 후퇴한다면 하늘에서의 그 별의 위치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물론 멀어지면 그만큼 어두워지고 가까워지면 그만큼 밝아지기는 하겠지만 별은 우리에 게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고 그에 비해 별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밀한 장비로 관측한다 하더라도 별의 밝기 변화를 알아내려면 수천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하늘을 가로지르며 고유 운동을 하는 별들이 그와 동시에 우리의 시선 방향으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기도 한다.
별들은 3차 원의 공간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러한 별의 움직임을 알 수 있을까?
해답의 단서는 하늘의 별과 무관해 보이는 지구에서 알아낸 물리 현상에서 발견되었다.
전투 중에 공격 명령을 전달할 때 기수는 앞으로 나가며 아군에게는 용기를 주고 적군에게는 겁을 주도록 나팔을 분다.
그런데 자리를 지키는 병사들의 귀에는 기수가 지나가는 사이에 나팔 소리의 높이에 변화가 생긴다.
기수가 지나쳐가는 순간 나팔 소리가 갑자기 낮아지는 것이다.
이 현상은 전쟁의 열기 속에 묻힌 탓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1815년에 영국의 기술자 조지 스티븐슨이 발명한 기관차가 오래지 않아 말만큼 빠르게 달리게 되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기관차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지날 때면 경고의 의미로 경적을 울리게 되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기관차가 지나는 순간 갑자기 경적 소리가 낮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요한 크리스티안 도플러 역시 이 문제와 씨름을 했다.
도플러는 기관차가 다가오면서 경적을 울리면 연속적인 음파들의 간격이 평소보다 좁아져서, 멈춰있는 기관차에서 내는 경적보다 자주 고막을 두드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므로 움직이지 않는 기관차가 내는 경적 소리보다 높은 소리를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기관차가 멀어지면 경적 소리가 낮아진다.
연속적인 음파들의 간격이 평소보다 멀어져, 멈춰있는 기관차가 내는 경적보다 고막을 두드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그래서 낮은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관차가 지나쳐 가는 순간에는 경적 소리가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간다.
1842년, 도플러는 속도와 소리의 고저에 대한 수학적인 관계식을 완성했고, 화차가 달린 기관차를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리게 해서 자신의 관계식을 증명했다.
화차 위에서는 나팔수가 여러 가지 음색의 소리를 냈고, 땅 위에서는 절대 음감을 가진 음악가들이 기차가 지나는 동안 나팔 소리의 변화를 기록했다.
이처럼 속도에 따라서 소리의 높이가 변하는 효과를 '도플러 효과'라고 부른다.
이때쯤 빛도 일종의 파동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비록 음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파동이지만, 1848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아르망 히폴리트 피조는 빛을 포함한 모든 파동에 도플러 효과가 적용된다는 것을 밝혀 냈 다.
그래서 빛에 대한 도플러 효과을 말할 때는 특별히 '도플러-피조 효과'라고도 한다.
만일 별이 우리에게서 가까워지거나 멀어지지 않으면, 스펙트럼 위의 검은 선들도 아무런 변동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별이 우리 에게서 멀어지면 별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평소보다 길이지고, 스펙트럼 위의 검은 선들이 적색 쪽을 향하여 몰리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적색 편이'라고 한다.
적색 편이가 심하면 심할수록 별은 그만큼 빠르게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별이 가까워지면 별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평소보다 짧아지고, 스펙트럼 선들이 보라색 쪽으로 몰린다.
그 편이가 심할수록 별은 그만큼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별의 시선 운동과 고유 운동을 모두 안다면 3차원 공간에서의 별의 움직임을 계산해 낼 수 있다.
특히 두 가지 운동 중에서 보다 중요 한 것은 별의 시선 속도이다.
별의 고유 운동에 대해서는 별이 굉장히 가까이 있는 경우에나 그 속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가까운 별들은 전체 별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에 시선 운동의 경우에는 별의 스펙트럼만 알면 그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에 관계없이 그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윌리엄 허긴스가 별의 시선 속도를 최초로 측정한 사람이다.
1868년, 허긴스는 시리우스 별이 초속 46킬로의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밝혔다.
물론 지금도 보다 정확한 속도가 밝혀졌지만 최초의 관측 치고는 아주 정확한 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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