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는 빛 외에 어떤 것들이 올까?

2020. 3. 31. 23:33space story

1900년대에 들어서서도 한동안 우리가 태양계 밖의 별에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정보는 빛뿐이었다.

이 빛으로 우리는 별의 위치를 측정하고, 그 운동과 밝기, 온도, 화학적 성분을 연구하며, 심지어 별들 간에 미치는 중력 효과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별은 우리에게 다른 종류의 정보도 제공해 준다.

 

1896년에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이후,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장비를 개발하여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복사선을 극히 미소한 양까지 검출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이러한 검출기들은 강력한 복사선을 흡수하는 납 상자 안에 보관되었다.

따라서 복사선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납의 두께를 알면 복사선의 에너지를 충분히 측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복사선을 아무리 납으로 차단하려 해도 검출기에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복사선이 일정하게 나타났다.

도대체 이 복사선은 어디서 왔을까?

 

1911년, 빅터 프란츠 헤스는 하늘에 띄우는 기구를 이용해 검출기를 운반하다가 그 복사선의 출처를 알게 된다.

기구를 높이 띄우면 띄울수록 강력한 복사선이 나타났다.

제일 높이 올라갔을 때는 복사선의 강도가 지상보다 8배나 강하게 나타났다.

헤스는 그 복사선이 지구에서가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 오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1925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앤드루스 밀리컨이 이 복사선에 '우주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밀리컨은 우주선이 빛보다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일종의 빛 비슷한 파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리학자 아서 홀리 컴프턴은 우주선이 강력한 전기력을 지닌 '아원자' 입자로 이뤄져 있으며,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만일 빛의 성질을 가진 우주선이라면 지구 자기장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적 성질을 띤 입자라면, 지구 자기 장의 영향을 받아 진로가 휘고, 지구의 양 극지방에 다른 지역보 더 많은 양의 우주선이 나타날 것이다.

컴프턴은 세계 각처를 돌아다니며 우주선의 강도를 측정했고, 양 극지방으로 갈수록 우주선의 강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선은 전기적 성질을 띤 입자였다.

그후, 우주선은 태양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전 입자(태양풍)와 같은 종류의 입자임이 밝혀졌다.

태양풍은 전기적으로 양의 성질을 띤 원자핵, 그것도 대부분은 수소의 핵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때로 태양의 플레어가 평소보다 강한 에너지를 지닌 태양풍을 쏟아 내는데, 이때 빠른 속도를 얻은 원자핵이 미약한 우주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태양계 밖에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우주선은 태양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우주선은 또 별들 사이를 지나는 동안에 자기장에 의해 그 경로가 계속해서 바뀌는데, 그때마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점 강한 에너지를 얻는다.

 

우주선은 과학의 여러 분이에서 귀중한 연구 대상이다.

생물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우주의 일반적인 화학적 성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 준다.

또, 오늘날 인공적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대기중의 원자와 충돌을 일으킴으로써 물리학자들의 연구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우주선이 충돌을 일으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입자 가속기라는 장치를 써서 필요한 충돌을 만들어 낸다.

우주선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것이 우주의 어떤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선의 경로는 자기장의 영향으로 너무 쉽게 휘기 때문에 그것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물체 가운데는 우주선말고도 '중성 미자'라는 것이 있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 미자는 질량이 없는 대신 빛과 같은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아원자 입자이다.

이러한 입자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견한 것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였다.

그후, 엔리코 페르미가 이 입자에 '중성 미자(neutrino)'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성 미자는 질량이 0이고 전기적으로도 중성이기 때문에 보통 입자들과 충돌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중성 미자를 검출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우주선과 달리 중성 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므로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빛과 마찬가지로 그 경로도 거의 휘지 않는다.

단, 중력장의 영향을 극히 미미하게 받을 뿐이다.

중성 미자는 태양과 별에서 매순간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므로 지금 우주에는 일반적인 다른 아원자 입자의 10억 배나 되는 중성 미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중성 미자가 어떤 물체와도 거의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그 물체를 통과해 버린다는 것이다.

몇 조(兆) 개의 중성 미자가 검출기 속을 지나야 그중 겨우 몇 개가 검출되는 정도이다.

레인스는 10여 년 동안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 미자를 검출하는 작업을 했지만, 이론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중성 미자의 1/3 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1987년, 대마젤란 성운에서 초신성이 나타났다.

이는 1604년 이후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나타난 것으로 거리는 15만 광년이었다.

이 사건을 최초로 알려 준 것은 알프스 산맥 속에 설치된 검출기(중성 미자 망원경)에 갑자기 나타난 7개의 중성 미자 였다.

앞으로 검출기의 성능이 좋아지면 중성 미자가 더 많이 검출될 것이고, 우리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우주에서 오는 또 다른 입자에 '중력자(graviton)'라는 것이 있다.

중력자는 중성 미자와 마찬가지로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없으며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소립자이다.

중력자는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적은 에너지를 가진 소립자여서 그것을 검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 처음으로 이 중력자의 존재를 주장한 후, 많은 과학자들이 중력자를 찾으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으나 현재까지는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중력자의 존재를 굳게 믿는다.

그러므로 중력자가 검출된다면 우리는 우주의 극적인 사건들에 대해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빛 또는 빛과 비슷한 복사선은 입자의 모습을 지닌 파동으로서 우주 공간을 여행한다.

모든 파동은 입자의 성질을 갖고 있고, 모든 입자는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빛을 구성하는 입자에 '광자(phot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우주에서 받은 정보의 대부분은 이 광자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광자는 가시광선하고만 연관된 것은 아니다.

광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은 가시광선보다 크거나 작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spac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홀이란 무엇인가?  (0) 2020.04.12
펄서란 무엇인가?  (0) 2020.04.05
은하계도 자전을 할까?  (0) 2020.03.29
도플러 효과란?  (0) 2020.03.28
은하계의 중심은 어디일가?  (0) 20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