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

2020. 3. 13. 22:19space story

빛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까?

 

태양계의 크기를 다룰 때에는 수천만이나 수억 혹은 수십억 킬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별들의 경우에는 최소한 수십조 킬로를 사용해야 하며, 수천조 이상의 단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킬로나 마일이 거대한 천문학적 거리가 아니라 지구상의 일상적인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별까지의 거리를 쉽게 나타내려면 또 다른 측정 단위가 필요한데, 바로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빛이 얼마나 빠른지 알아야 한다.

방 한쪽 귀퉁이에서 전등을 켤 경우 빛이 방의 반대쪽 끝까지 가서 그곳을 비추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이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빛은 순간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나간다고 대답할 것이다.

불을 켜면 방안 전체가 순간적으로 환해진다.

거대한 경기장의 강력한 라이트를 켤 때도 순간적으로 경기장 전체가 밝아진다.

측정할 수조차도 없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 빛의 속도를 시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빛을 아주 먼 곳까지 보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빛이 먼 곳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잴 수 있을 것이다.

 

최초로 이러한 실험을 한 사람은 갈릴레이이다.

갈릴레이와 그의 조수는 어두운 밤에 등불을 하나씩 가지고 각자 마주보고 있는 산꼭대기에 올라갔다.

이윽고 산꼭대기에서 갈릴레이가 먼저 등불의 문을 열어 불빛을 조수에게 비췄다.

조수는 그 불빛을 보자마자 즉시 자신의 등불의 문을 열어 갈릴레이에게 되돌려 보냈다.

갈릴레이는 두 산꼭대기 사이의 거리를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불빛을 보냈을 때와 조수의 불빛을 보았을 때 사이의 시간이 바로 빛이 그 거리를 왕복한 시간이었다.

 

거기에는 약간의 시간 차가 있었다.

그 시간의 일부는 빛이 앞으로 나가는 데 걸린 시간일 테고 나머지는 불빛을 보고 반응하는 데 걸린 시간일 것이다.

아무래도 조수가 갈릴레이의 불빛을 보고 자신의 등불의 문을 여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이는 더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서 같은 실험을 되풀이했다.

반응 시간은 같을 것이므로 두번째 실험에서 부가된 시간은 순전히 빛이 나가는 데 더 걸린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실험에서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즉, 불빛을 비추었다가 다시 보았을 때까지의 시간이 모두 반응 시간과 같았던 것이다.

빛은 이 정도로는 속도를 잴 수 없을 만큼 빨리 나아가는 것이다.

갈릴레이는 아주 멀리 떨어진 두 언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산꼭대기는 서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아주 먼 거리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을 만큼 밝은 등불을 찾아내지 못했다.

물론 극히 짧은 시간을 잴 수 있는 기구를 가졌더라면 시간을 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구도 구할 수 없었으므로 그는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약 반세기 후에 아주 우연한 계기로 그 문제가 풀렸다.

덴마크의 천문학자인 올라우스 뢰메르는 목성의 네 위성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시간을 아주 정확히 잴 수 있는 진자 시계가 있었기 때문에 목성의 각 위성들이 목성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었다.

각 위성들은 일정한 시간에 아주 규칙적으로 목성 뒤로 사라졌다가는 반대편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완전히 규칙적이지는 않았다.

반년 동안은 위성식이 예정보다 약간 일찍 일어났고 나머지 반년 동안에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평균적으로는 거의 일정했지만 식이 예정보다 8분이나 일찍 일어날 때도 있었고 그 반년 후에는 예정보다 8분이나 늦게 일어나기도 했다.

 

뢰메르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곧 식이 목성과 그 위성에서 반사되어 지구로 오는 태양빛에 의해 생겨나는 것임을 깨달았다.

목성과 지구는 함께 태양 둘레를 공전하는 동안에 태양으로부터 정확히 같은 방항에 위치할 때가 있는데, 이때 빛은 가장 짧은 길을 따라 목성에서 지구까지 오게 된다.

그리고 약 200일 후에는 목성과 지구가 태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 놓이게 된다.

이때는 목성에서 오는 빛이 200일 전에 지구가 있던 자리를 지나고 지구 공전 궤도의 지름을 더 지나야만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빛이 지구 공전 궤도의 지름을 가로지르는 데는 16분이 걸렸다.

8분은 목성에서 태양까지, 나머지 8분은 태양에서 반대편 지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이 거리는 갈릴레이가 실험했던 산꼭대기 사이의 거리보다는 훨씬 더 멀었다.

그 빛은 서로 볼 수 있을 만큼 강했다.

또한 거리는 시각에 따라 일정하게 변했다.

이것은 곧 갈릴레이의 실험을 커다란 규모로 확대해 놓은 것이었다.
뢰메르는 1676년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 공전 궤도의 정확한 지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계산 결과는 실제보다 약간 작았지만 거의 정확했다.

처음으로 사람들은 빛의 속도가 무한히 빠르지 않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때까지 알고 있던 어떤 속도보다도 빨랐다.

이후에 빛의 속도를 보다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방법들이 계속 고안되었다.

 

현재 빛의 속도는 299,800km/sec 보다 아주 조금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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